우리 PIMCO 직원들은 매년 사흘 동안 3~5년 뒤의 세계를 전망하는 회의를 연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과 신입사원들의 참신한 생각을 경청한다. 많은 관심을 끄는 이 행사는 주로 세계 경제 성장, 인플레이션, 자본 흐름 등을 전망하는 기본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춘다.
유명한 투자가 나심 탈렙이 ‘블랙 스완’(Black Swans: 흑조)이라고 부르는 것도 관심의 대상이다. 블랙 스완이란 시장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여겨져 아무도 고려하지 않는 시나리오나 사건들을 의미한다.
우리는 블랙 스완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만약 그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엄청난 충격파가 발생하고, 이는 기존의 시장과 정책 인프라로는 쉽게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네 가지의 위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
첫째,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졌는지 모른다.
둘째, 미국은 세계 경제 성장에서 생각보다 덜 중요한지 모른다.
셋째, 근원 인플레이션(최근의 식품·석유 가격 폭등처럼 예상치 못한 일시적 물가변동 분을 제거하고 산출하는 물가상승률) 개념은 이제 정책 구상과 시장가격 책정에서 더 이상 의미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 조만간 시장에서 드러날지 모른다.
넷째, 세계적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몰락 사태를 관리하기 위해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취한 긴급 대응 조치에 이어 미국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인 재편이 일어날지 모른다. 중국과 미국에 관한 블랙 스완 시나리오들은 세계 경제 시스템에 대한 기존 통념을 흔들리게 한다.
우리들의 상당수는 미국이 주도하는 탄력적인 세계 경제라는 개념 속에 살아왔다. 그 세계에서는 개별 신흥시장의 급성장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국은 무역 여건이 스스로에게 불리해질 정도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최초의 사례인지도 모른다. 예컨대 중국은 고도성장에 필요한 석유·철강 같은 원자재를 엄청나게 수입함으로써 국제 원자재 가격을 급등시켰다.
또 핵심 수출품목인 공산품을 엄청나게 수출함으로써 그런 제품군의 국제 가격을 억누르는 데 일조했다. 중국 경제의 중점을 국내 소비 쪽으로 돌리는 다국 간 공조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은 세계 경제를 떠받치지 못하고 통제불능의 조정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 미국이 앞으로도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남으리란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는 가장 강력한 견인차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 보자. 1990년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었고, 심지어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시각마저 있었다.
그러나 그 후 10년간 일본은 불황을 겪었고, 그런데도 세계 경제는 한순간의 주춤거림도 없이 잘 굴러갔다. 당시 이런 상황을 예측한 사람이 누가 있었는가?
나머지 두 개의 위험 가설도 생각해 보자. 내년 이후 세계가 근원 인플레이션과 소비자 인플레이션의 격차로 빚어진 각종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FRB의 정책 지표다.
그러나 석유와 식품 값이 상승해 왔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오를 것이므로 이 지표는 FRB의 정책 방향을 계속 오도하게 될 것이다. 반면 소비자 인플레이션은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포함하므로 대다수 소비자의 실제 경험을 반영한다. 이 두 종류 물가 지표의 격차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확대돼 왔다.
즉 근원 물가 지표는 낮았고, 소비자 물가 지표는 점점 높아져 왔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공공 및 민간 부문은 소비자 물가 지표를 더 신뢰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여기엔 정책과 시장 가격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 FRB는 정책금리 인상 압력을 받고, 시중 금리들도 인상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미국 금융체계의 역사적 재편이라는 중요한 맥락 속에서 진행될 것이다. 지난 3월 16일 FRB가 투자은행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개시하면서 사실상 금융체계 변화가 시작됐다. 이런 조치를 철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FRB는 일반은행들처럼 투자은행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투자은행들로 하여금 일반은행들처럼 FRB의 보증을 받는 은행예금 형태로 자금을 확보하도록 장려하게 될 것이다. 금융계에 인수합병(M&A)의 광풍이 몰아칠 것이란 얘기다.
투자은행들이 위험한 투자 거래에서 한발 물러나면서 생긴 공백은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들이 메우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선 펀드들이 기업공개(IPO)와 채권 발행 등을 늘려 더 많은 고정자본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상황이 전개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블랙 스완 시나리오들은 통념에 배치되는 요인들의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지난 10개월간 우리는 세계적 금융기관들의 부실화와 이에 대한 정책 대응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목격했다.
이는 현재의 금융 질서가 얼마나 불안정한가를 시사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수록 일부 금융기관과 일부 국가의 미래는 더 불안해질 것이다.